영천 팔공산 은해사에서 템플스테이...

여행/추억 속 그 곳.. 2009. 8. 8. 07:43


은해사 템플스테이....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여행이었다.2004년 11월 8일




[1]

산사 체험...

겨울비 내리는 산사에서의 하룻밤..

이상한.. 기분이다.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뒤로 가는 느낌이 드는 건 왠지 모르겠다.

28의 나..

그리고 그 전의 나..

나란 인간이.. 얼마나 많은 거죽을 뒤집어 쓰고 사는지...

그 거죽을 하나씩 벗어 내고..

오롯이 내 모습을 드러냈다.

국민학교 시절에.. 그저 웃는 게 좋아서 웃었던 시절..

오고 가며~ 온 사람들이... 방글이라고 불러주던 시절...

그때의 그 웃음을 다시 찾지 못 할거라 생각했다.

우스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혜해스님께서.. 빙긋이라고 불러주기 전에...

이미 나는 국민학교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못한 장난끼까지 모두 가지고 말이다.

그렇게.. 나의 산사 체험은 시작되었다.

크리스찬으로서는... 와선 안 될 곳에 와있단 생각은... 한켠으로 밀어버렸다.

그냥.. 나와 인연되는 사람들을 만나러 온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절에서 종원스님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신검당에서 딱 마주치고는...

그때부터.. 웃음이 났다.

108배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빌어야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 방석 위에서 그전에 소금땀을 흘리며.. 뭔가를 빌었을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랬다.

그리고는 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사람...

요즘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길 바랬다.

그리고 점점 힘들어지면서...

힘들다고 느끼기보다는...

혹은 뭔가를 간절히 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며... 힘든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108배를 마쳤다.

그리고.. 한 밤의 우중 산행..

우중 산행만 해도... 좋은 것을...

빛 하나 없는 산 속으로..

눈 하나 믿고 올라갔다.

조용한 산 속에서...

한 한 줄의 시를 읊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만족을 했다.

"어두운 비 속에서는 나는 별을 찾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는..

종원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말씀들... 그것들을.... 천천히 엿가락 빼먹듯... 오랫동안 양식을 삼아야겠다....


[2]
108배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빌어야하는지.. 몰랐다.

그저.. 내 방석 위에서 그전에 소금땀을 흘리며.. 뭔가를 빌었을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랬다.

그리고는 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사람...

요즘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이 아프지 않길 바랬다.

그리고 점점 힘들어지면서...

도... 힘들다는 느끼기보다는...

혹은 뭔가를 간절히 빌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며... 힘든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108배를 마쳤다.


[3]
나는 모르지만...

아마도 인연이란 있을 것이다.

크리스찬의 표현으로는..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만남이 있을 것이다.

이번 산사에서...

그 만남은.. 종원스님과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한다.

크리스찬으로서는 해선 안 될 생각이지만...

전생이 있었다면.. 그 전생에서는 종원스님과의 만남이 이생에서보다 더 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해 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모르지만...

종원스님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4]
전날밤..

주지 스님의 귀한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귀가 둘인지라.. 마음에.. 닿지 않고 흘러버렸다.

그리고 부처님과 한 방에서.. 잠을 잤다.

나에게는 완전히 적과의 동침(?) 같은 느낌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뭔가 일이 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데..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너무나 편하게 잠을 잤다.

[5]
2시간을 자고 나서..

별을 보러 일어났다.

전날은 비가 와서.. 별이 없었는데...

새벽이 되어서야.. 별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별...

풋~~~~~~~~


부처님의 은혜를 입은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부처님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라면을 사러.. 절밖의 라면 자판기에 가려할 때다.

아직 어둠에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때여서..

계단을 헛디뎠다.

헛디뎠다기보다는.. 떨어졌다는 느낌이 맞을 거다..

계단이 없었으니까...

바로.. 기둥에 쳐박혀서...

웃음이 났다.

108배의 효혐이었을까?

아픔보다는 웃음이.. 나서...

그냥 라면을 사러 갔다.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만 했다.

몸의 아픔은 곧 잊혀지니까...

[6]
아침 공양을 마치고.. 마당을 쓸었다.

팔다리가 내몸이 아니었지만..

웃음이 났다.

마음을 쓴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단지.. 어설픈.. 비질에..

웃음이 났다...

[7]

혜해스님의 질문...

사람은 죽어..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

하필이면.. 내게 물어서...

당황하며..

망설인 시간이.. 한 시간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크리스찬이고...

크리스찬에게 그런 물음은... 1+1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과 같은 것인데...

망설이며... 천국도 아닌.. '천당'을 이야기했으니..ㅋㅋㅋ

또 다시.. 혼자 폭소를 터뜨렸다...(물론 속으로... 진지한 분위기였으니까..)

분위기가 잠시 다운이 되더니..

다시.. 혜해 스님께서 말씀을 이었다.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연이 사람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씀...

나도 그 말엔 공감한다.

인간의 육체는 자연으로 돌아가니까...

그러나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모른다..

그렇지만... 천국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임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

나는... 어설픈 의리 때문에서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산사에서도.. 산사를 벗어나서도..

나는 "예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나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오랫동안.. 나를 지켜주신 분... 그 분의 자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8]
수료증을 받으며..

혜해스님의 말씀...

건물 속.. 도시적인 사람보다는

자연과 벗 삼아 살고..

여유있는 사람과 벗하며..(혜해스님과 같은 사람...^^)

그렇게 건강하게 살라는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108배를 하며 힘들 때.. 내가 바랬던.. 바램...

"어려울수록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세요."



모든 것이...

하룻밤 인연..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은해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또... 찾아뵙겠습니다.






은해사에서 참 차를 많이 마셨다..

찬 11월..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차였다.


아침 공양...

난 절체질인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근데.. 절에도 일반코너와 특별코너로 나뉘어서 밥을 먹어서... 좀 심통..ㅋ


이야기를 나누는 중...

좋은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ㅋㅋ


혜혜스님...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분이셨다.

그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지만..ㅋㅋ


박사 동기들이다.

스님들을 피해 도망간 사건은 오래동안 추억으로 남을거다..

특히 요 앞에 남자샘이 시래기(쓰래기 아님... 시래기 국 끓여먹는 거...) 뒤에 숨었던 것은...ㅋㅋㅋ


혜혜스님께서 물었다..

사람은 죽어 어디를 가냐고..

하필 나에게...ㅠㅠ

"천당요..."

천국도 아니고 천당은 우데인지..ㅋㅋ


수료하면서... 혜혜스님은 자를 참 이뻐했던 것 같다...


연리지 현상..

멋지지 않은 아저씨를 모델로 한 이 사진...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 유난히 나를 괴롭혔던 것 같은데...ㅋ


나무 둘이.. 오랜 세월 싸우다.. 싸우다.. 화해한 현상이라 한다..

이제는 한몸처럼 살아간다 하여...

싸우는 부부들이 이 나무 앞에서 화해를 많이 한다 한다...


멋쟁이 교수님... 요 사진부터 선희작품이다..

재주가 많은 선희.... 사진도 이렇게나 멋지게 잘 찍었다...

부럽다..


비오는 은해사를 참 운치있게 잘 찍었다...


나무 한 그루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찍어오다니...

감정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아침.. 마당쓸기...

마당을 쓸어야.. 밥을 준다니..ㅋ


쓸고난 흔적...

사소한 것까지 멋뜨러지게 찍을 줄 아는 녀석이다.. 선희...



아마... 해뜰무렵일거다..


처마 밑에 풍경까지...

놓치기 쉬운 것까지 담아왔다..

그 아이의 마음이... 그 아이의 눈길이 고맙다...




인연을 믿는가?

나는 인연을 믿는 편이다..

오늘 만난 그 사람은 나하고 엄청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일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더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해사와의 인연....

아마 끝은 아닐 것 같다....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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