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기


첫애 때.. 너무 힘들었다.

간호사 3명과 의사 1명이 달라붙어.. 힘주라고 하다가..

결국.. 의사가.. "엄마.. 그냥 숨쉬지 말고 있으세요.."라고 힘주는 걸 포기하라 했다..

나름.. 열심히 힘준다고 주고 있었는데..ㅠㅠ

결국... 간호사 한명이 배 위로 올라가 첫애를 밀어냈다..

내 배에는 간호사의 손톱자국이 10줄 이상 생겼고..

아이 머리는 길쭉해져 있었다.

"힘들었제" 하던.. 신랑도.. 시간이 좀 지나... "얼마나 다급했는지 아나? 아이 머리 끼었제.. 어깨에서 다시 끼었제.. 니가 잘 못해서..."ㅠㅠ 얼마나 서럽던지..

둘째 때는.. 이쁜 머리를 위해.. 꼭 순풍하리라 마음 먹었다.

첫애때도 그랬지만.. 둘째도.. 예정일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슬도.. 배뭉침도 별로 없었다.

둘째는 출산예정일이 일요일이고 해서.. 신랑하고 큰애 데리고 범어사도 가고.. 언니한테 갔다. 

언니하고 점심 먹고 간단하게 금정산 자락도 다녀왔다.

배뭉침은 간혹 있지만.. 진통은 아니었다. 배는 꽤 많이 쳐졌다.

월요일.. 병원에 갔더니.. 의사샘이 겁을 준다..

"둘째라.. 진통 시작되면.. 금방 나올건데.. 배가 넘 많이 쳐져서.. 바로 입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밥 먹고 오면 안 될까요?"란.. 내 질문에.. 의사샘이.. 당황해하다가..

"가능하면 빨리 입원하세요.."란 대답을 얻어냈다.


시원한 밀면이 먹고싶었다. 그렇지만.. 첫애 때.. 촉진제 맞으면서 게워냈던 걸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따뜻한 돼지국밥 한그릇 뚝딱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짐 간단하게 챙겨서.. 병원에 갔다.

벌써.. 4시 정도 됐다.

관장하고..(나는 정말 관장이 싫다..ㅠㅠ) 제모하고.. 침대에 누워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는데...

수간호사 정도 되어 보이는 간호사가 와서 내진하다가.. 양수를 터트렸다..

깜짝 놀라 내가.. "어떻게 해요?"라고 질문하자..

너무 담담하게.. "어떻게 하긴요.. 낳으면 되지요..."라고 대답했다.

어이 없었다..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게다가.. 양수까지 터트려.. 꼼짝도 못하게 해놓고는..


7시 정도 되자.. 간호사가 촉진제를 떼어버렸다.

나는 밤이라도 낳아야지 했는데.. 의사 퇴근하면서.. 바로 촉진제 제거하고..

그냥 하룻밤을 생진통을 하면서.. 견뎌야 했다.

집에서.. 편안하게?-그다지 편하지도 않지만.. 자면서..

아침 일찍 촉진제 맞아.. 아이를 낳았으면 좋았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실 병실료도 하루 더 들고.. 하룻밤 더 고생하고ㅠㅠ


12시까지.. 옆에 있는 산모하고.. 간호사 2명하고 수다 떨었다.

낮에 근무하는 간호사와는 달리.. 엄청 인간적이고.. 친절했다.

첫애는 옆에 병원에서 낳았는데.. 시설이 좋아 아이낳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너무 비인간적이고..

아이 낳는 공장에 들어선 느낌이 들어서..

둘째는 그곳에서 낳고 싶지 않아 병원을 옮겼다.

간호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신랑 자랑도 좀 하고.. 옆에 산모 이야기도 좀 들어주고 하다가..

12시쯤 잠이 들었다.. 자다가 진통이 올 때는.. 헉~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진통을 잊을 수가 있을까?

왜 첫애 낳으면서.. 아팠던 이 진통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 6시쯤.. 촉진제를 다시 달았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가지 말라고 했다.

둘째는 자궁문이 40%만 열려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침이 되고.. 간호사들이 바뀌었다.

싸가지 없는.. 수간호사가 다시 내진하러 왔다. 아픈데도.. 아픈 것보다 기분이 참 안 좋았다.



촉진제를 달고 나서...

첫아이때처럼.. 초록색 물을 토해냈다.

빈속이라서 그런가??



옆에 산모는 초산인데.. 참 빨리 아이를 낳는 것 같았다.

나는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었다.

간호사에게 화장실이 가고싶다고 했더니.. 밤 간호사와는 달리... 다녀오라고 했다.

가서.. 살짝이 오줌만 누고 오라고 해서... 잔뜩 겁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너무 아팠다. 숨을 못 쉴 만큼.. 아팠다.

신랑이 옆에 있으면서.. 손을 잡아줬는데..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무통주사를 맞아도.. 너무 아팠다.

어떻게 이렇게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옆의 산모를 보러.. 담당의사샘이 올라왔다.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의사샘에게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샘이 옆에 산모 내진하고 와서.. 내진했는데..

내가 먼저 낳을 것 같다며 준비하라고 했다.



일반분만실에 산모가 있어서.. 특별분만실에서 분만 준비를 했다.

아이가 곧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의사샘이 안 오셨다며.. 참으라고 했다.

아이가 나올 것 같은데.. 참으라니.. 참 아이러니했다.

의사샘이 들어오고...

힘을 주라고 했다. 한 두세번 힘주라고 했는데...

아이 머리를 생각하며.. 힘껏 힘을 주었다...

아이는 금방 나왔는데...

의사샘이 급하게 아이를 간호사에게 주더니... 배 맛사지를 했다.

진통이 오지 않았을 때.. 힘주기를 해서.. 아이도 태반도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는 거다..

나는 의사샘의 지시대로 힘주기를 했을 뿐인데...

의사샘이... 분만하려는 환자가 많아서.. 마음이 급했나 보다..

여튼.. 5월 19일(음력 4월 25일) 10시 1분 3.5Kg으로 바다를 낳았다...

오래 참은 덕에 바다도 누나처럼... 머리가 삐죽했다... 이유는 다르지만..ㅋ



둘째는 첫째보다.. 진통도 짧고.... 분만도 쉬웠다...

그런데.. 둘째의 훗배알이는... 진통과 맞먹는 수준이었다...ㅠㅠ

그리고 젖몸살은...ㅠㅠ 젖몸살 후기는 좀 쉬었다가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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